세상사는 이야기

과메기

풀쪼가리사랑 2007. 1. 17. 11:22

 

81년 2월쯤 경북영일군 청하면 월포리 바닷가

집집마다 시리도록 투명하고 맑게 빛나는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려있고 따사로운 햇살에

한방울 두방울 고드름 녹은물이 황토마당을 적시고 있었다.

 

시골 유지님(면장,지서장,우체국장,농지개량조합장)들이랑 관내를 한바퀴 돌아오는데...

면장님께서 어이 김국장(거기선 전화국장으로 통함)과메기에다 소주한잔 어떤가?

과메기가 뭔데요....

 

어허 이양반 보게 포항에 계시면서 아직 과메기를 모르신다며..앞장서 가신다

바닷바람이 불어오는 오두막집 가게였는데 추녀끝에 볏짚 두세가닥으로 엮은 꽁치 두루미 두개가

바람에 달랑거린다.

여보(거기선 누구나 여보다) 여기 소주한병하고 과메기 한두름 주시오...

양지바른 처마에 신문지 대충깔고 귀하신 분들이 둘러 앉아 능숙한 솜씨로 꽁치를  만지기 시작하는데..

 

꽁치등이 위로 가도록 잡고선 꼬리쪽에서 부터 머리쪽으로 약간 마른듯한 지느러미를 죽 잡아당긴뒤

반으로 딱 가른다.

속살을 들여다보니 핑크빛 속살에 반은 얼은듯 성애가 있고 반쪽은 약간 마른것도 같았다.

아직 얼마간의 핏기도 보이는것 같이 느껴졌다. 반쪽의 꼬리쪽을 잡고 껍질을 살살당기니 기가막히게

한방에 벗겨진다.

 

어이 김국장 얼릉 소주한잔 하시게...연령차이도 많고 또 면장님이 권하신건데..쭉 들이켰다.

면장님께서 껍질깐 과메기 반쪽을 쪽파 한가닥과 물미역 한조각으로 슬쩍 감더니 새콤달콤 그쪽지방

특유의 초고추장에 뜸뿍찍어 들이민다.

깜짝놀라 이걸 날걸로 그냥 먹어요... 일단 한번 잡숴봐...    

 

초고추장의 매콤달콤한 맛과 물미역의 바닷내음,쪽파의 향긋함,과메기의 쫄깃하고 고소한맛이

어우러져 그날 난 입가에 꽁치피를 묻혀가면서도 껍질까지 꽁치대가리까지 심지어 미리 발라놓았던

가시같은 뼈까지 아주 사그리 먹어치웠고 지금도 그날의 과메기 맛을 잊을 수가 없어 오늘 이글을 쓴다.

 

요즘은 그것도 찾는이가 많아서 대량생산에 들어가다 보니 해풍에 얼리면서 말린 오리지날 과메기

맛은 볼 수가 없다. 물론 지금까지 별아별 좋은 음식맛에 길들여진 입맛 탓도 있겠지만

대량생산에 밀려 원조의 방식과 맛을 잃어버리지는 않나 안타까운 생각이든다..   

첫 과메기 맛에 홀딱반한 내가 결국 고주망태가되어 맛이간건 불을보듯 뻔한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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